우리들의 이야기

아버지 하느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작성자
김성은
작성일
2020-04-19 23:43
조회
687
[가톨릭굿뉴스 홈페이지의 매일 복음 묵상 나누기 이벤트 행사에 올리는 묵상글을 부끄럽지만 여기에 옮겨왔습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아버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 은총을 청하면서 제 2 독서의 말씀을 몇번이고 되뇌이며 복음 말씀을 묵상합니다.

"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지만 그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그분을 보지 못하면서도 그분을 믿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 속에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믿음의 목적인 영혼의 구원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1베드 1,8-9)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몹시 두려워하며 집 안에서 문을 잠그고 지냅니다. 유다인들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마치 부모님을 모두 잃은 어린 자녀들처럼.

그런 자녀들에게,
남겨져 두려워 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잠겨진 문을 넘어 제자들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 순간 예수님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는 그 순간은 마치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다시 살아 나시어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오셔서 "얘들아, 내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들아..."하며 부르시는 목소리를 들을 때처럼, 제자들의 마음에는 그동안 느꼈던 모든 불안함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사라졌을 것입니다.

애타게 그리던 주님께서 다시 오셔서 평화를 주시니까요...

그 때, 그 순간
제자들이 느꼈던 마음이 그대로 제 자신에게도 그들의 마음이 느껴지는듯이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그런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몸을 직접 만지며 주님께서 오셨음을 보고 느끼도록 해주십니다.

그 때, 그 순간 제자들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예수님께서 다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외아드님을 이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 죄를 대신하시어 우리를 구원하신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이제 제자들에게 이세상 모든 곳 그리고 이세상 끝까지 가서 주님의 부활을 전하며, 주님 말씀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전하며 어둠과 죄의 종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 주라고 명하십니다. 제자들에게 용서와 구원의 권한을 주시며 누구든 그들의 죄를 용서해 주고 생명으로 이끌도록 명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언급하신 쌍둥이 토마스 사도의 그 마음 역시 충분히 이해됩니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애타도록 그리운 누군가가 나를 만나러 다시 왔는데 나는 정작 그 자리에 없었고, 내 가까운 이를 통해서 그 사실을 전해 듣고는 반가운 마음에 가슴이 벅차올랐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믿어지지 않는 그런 마음이었지 않았을까요?

동료 제자들의 말을 전해 듣고서, "아니요, 난 믿지 못하겠어요. 내 눈으로, 내 손으로 그분을 직접 보고, 만져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어요." 이런 마음에 사로잡혀 있다가,
드디어 다시 나타나신 예수님을 직접 뵙고 손을 보고 옆구리를 만져보고서야, 그제서야

"아... 정말 주님께서 다시 오셨군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하며 기쁨과 믿음의 눈물을 흘렸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런 토마스 사도를 보면서
예수님께서는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토마스를 꾸짖기 보다는 "그래. 나다. 이제 믿어지니? 그렇지만 직접 못 봤더라도 믿는 사람은 더 행복하단다. 그러니 기쁘게 믿으렴.!"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건네 주시는 말씀으로 느껴집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하심을 가슴으로 깊이 느끼며 비록 직접적인 계시를 보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주님 말씀 안에서, 진리 안에서 직접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제 자신이 진실로 행복하다고 여깁니다.

자비하신 저의 주님, 당신을 찬미합니다.
거룩하신 성령께서 저와 함께 하여 주시어 진실로, 진실로 감사하나이다. 아멘.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