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파스카 성야

작성자
박진용
작성일
2020-04-11 14:21
조회
732

파스카 성야

그리스도 우리의 빛

오늘 주님께서 ‘빛’으로 오셨습니다.

“어둠이 심연을 덮고 있던 태초에 빛이 생겨라”(창세 1,2)하신 하느님의 말씀대로 오늘 그 “빛”이 생겨났습니다. 오늘 생겨난 그 ‘빛’은 어둠을 ‘거룩한 밤’으로 이끌었고, 거룩한 이 밤은 불기둥의 빛이 되어 이 땅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은 이제 이 땅의 어둠을 비추어줄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그 ‘빛’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둠을 이기고 죽음으로부터 승리하신 오늘, 교회는 태초부터 약속하신 하느님의 계약이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2020년 이 땅의 부활은 코로나-19라는 시대의 고통과 교회의 수난을 체험하면서 더 간절하였고, 그래서 잊을 수 없고, 기억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014년 부활의 시간도 그랬습니다. 세월호의 충격과 고통은 ‘생명과 희망’으로 간절했고, 우리는 “잊지 않겠다.”는 기억으로 그 부활을 봉헌하였습니다. 이제는 2020년 부활입니다. 코로나-19와 함께 맞이한 이 부활의 시간에 ‘빛’으로 오신 주님을 기억하며 오늘의 미사를 봉헌합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

오늘 마태오 복음은 마리아 막달레나를 통하여 부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둠’을 이기고 ‘빛’으로 오신 주님께서는 막달레나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초대교회는 예수님의 용서로 당대 최고의 수혜를 받았던 막달레나를 통하여 ‘어둠에 대한 빛’을 분명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묵상해보면, 초대교회도 그렇게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용서받고 싶었습니다. 예루살렘 입성부터 십자가 여정, 그리고 이어지는 예수님의 죽음의 사건 속에서 배반했던 교회였습니다. 십자가 사건으로 흩어져 다락방으로 숨었던 비겁했던 교회가 부활이야기 첫 장에 막달레나를 둔 것은 막달레나처럼 자신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조금이나마 용서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초대교회의 고백은 시대를 넘어, 2020년 이 땅의 지독한 슬픔 속에서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새벽녘 공기는 차갑습니다. 아직도 이 땅은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슴에 안고 움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이 와있다’는 말처럼 오늘 ‘우리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부활은 묶여버린 인간의 매듭을 곧 풀어주실 것입니다. 오늘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는 믿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리스도와 함께 살 것입니다.” 그 믿음을 고백할 때만이 우리도 두려움을 넘어 어둠과 어리석음을 이겨낸 막달레나와 제자들처럼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

예수님의 부활은 ‘빛과 생명’으로 ‘힘과 용기와 희망’을 주셨습니다.

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서 두렵고 떨렸던 사람들, 죄 중의 교회는 이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접하면서 ‘힘과 용기’를 얻었고 그리스도의 부활로 그 모든 죄를 용서받았습니다. 부활은 그렇게 주님께서 세상에 전하는 은총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묵상과 기도는 ‘그리스도의 은총’을 받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 세상이란 지금 여기, 전민동 지역사회요, 코로나-19로 인한 상처와 아픔, 분열과 갈등이 있는 그곳‘입니다. 지금 세상은 나를 기다리고 있고, 우리 교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파스카 성야에 우리는 기도합니다.

1) 어둠을 이기는 빛을 기도합니다.

2) 우리의 간절함은 그 빛이 고난 받는 하느님 백성을 비추고 고통의 현장에서 밝혀지기를 기도합니다.

3) 우리의 간절함은 몇 개월째 이어지는 이 절망감이 희망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도합니다.

4) 그 빛이 눈물을 거두어주고 슬픔을 위로해주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우리 사람과 인류를 용서하시고 구원으로 이끌어주시는 분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 그리스도를 이 파스카 성야에 고백하는 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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