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수님 수난 성금요일

작성자
박진용
작성일
2020-04-10 11:53
조회
764

주님 수난 성금요일

 

목마르다.”

오늘 십자가의 주님께서 “목마르다” 하십니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 속에서 목마르지 않을 영원한 물을 약속하신 그 주님께서 “목마르다” 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의 이 ‘목마름’을 끝으로 당신 삶을 “다 이루었다”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목마름은 하느님께 대한 목마름이었고, 인류의 목마름을 대신하는 속죄였습니다.

오늘 전례의 배경은 ‘어둠’입니다.

등불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나타난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 동산의 어둠, 제자들의 배반에 대한 어두움, 숯불을 피워놓은 종들과 성전경비병들이 머문 가야파의 저택 안뜰, 불을 쬐고 있었던 베드로의 배반, 환호를 넘어 십자가에 못 박으라며 죽음을 선고하는 군중의 그림자, 자신들의 하느님을 거부하고 황제에게 몸을 맡기는 군중, 이 모든 것이 어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그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주셨습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당신의 어머니요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였습니다. 신앙 때문에 평생을 포기하셔야 했던 어머니의 삶은 세상에서는 어둠이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빛’으로 드러내셨습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는 주님께서 맡기신 그 어머니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님,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의 공동체는 그 ‘사랑’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어머니를 받아들이고, 기억하며 함께 했던 제자들은 ‘신앙의 공동체, 교회공동체’를 살았고, 예수님께서는 그 신앙 공동체를 통하여 새로운 도전을 허락하셨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오늘은 ‘주님 수난 성금요일’입니다.

코로나-19는 새로운 도전을 허락하였습니다. 그동안 간절함을 느끼지 못했던 미사봉헌이 이렇게 간절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는 성전에 매달린 십자가의 예수님을 넘어 이 대한민국,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억울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사람들 속에서 십자가의 예수님을 묵상하도록 허락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그 십자가를 우리는 이 힘겨운 코로나-19의 현장 속에서 수없이 보았고, 이렇게 오늘 성전에 모여 예수님의 십자가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다 이루어졌다.”

‘어둠의 그림자, 목마름과 새로운 도전, 그리고 간절함과 희망’

초대교회는 예루살렘 입성과 십자가의 예수님을 받아들였고 ‘목마르다’ 하신 예수님의 뜻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다 이루어졌다’는 말씀으로 예수님의 말씀으로 다가올 희망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 인류와 교회의 희망은 그렇게 십자가와 십자가의 죽음에서 시작되었고 부활로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주님 수난 성금요일은 그래서 ‘은총의 시간’입니다.

부활로 가는 길목, 오늘은 구원사적 관점에서 ‘참 좋은 날’입니다.

그 ‘은총의 시간, 참 좋은 오늘’ 안에서 예수님을 묵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어내신 예수님, 목마름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께 속죄를 드렸던 예수님, 그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십자가를 짊어지라’고

‘지금 이 현실 속에서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십자가를 짊어지라’고

‘전민동공동체가 공동체로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를 묵상하고 짊어지라’고

교회가 봉헌하는 이 은총의 성삼일은 신앙의 정점입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예수님처럼 하느님을 목말라하고, 그 목마름으로 신앙과 공동체를 묵상하고, 십자가를 통하여 속죄를 살고, 십자가를 통하여 희망을 사는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다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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