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이제는 무덤을 나가야 할 때입니다.

작성자
박진용
작성일
2020-03-29 02:20
조회
1149
이제는 무덤을 나가야 할 때입니다.

나 이제 너희의 무덤을 열겠다.”

에제키엘에게 ‘무덤’은 ‘이스라엘의 고통’이었고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숨결과 손길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손길과 숨결을 얻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바로 인간의 ‘회개’입니다.

‘무덤’은 죽음을 묻어버리는 곳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무덤’을 통하여 많은 것을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죽음을 묻어야 했건만, 인간은 지나친 욕심 때문에 하느님께서 귀하게 주신 아름다운 인간의 본질인 ‘평화, 자비, 사랑, 연민, 용서’등을 무덤 속에 묻어버렸습니다. 그 ‘무덤’을 사는 인간이 지금 “살려 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 ‘무덤이라는 고통’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19’입니다.

그렇게 소중한 가치들을 땅에 묻어버린 인간이 에제키엘을 통하여 ‘살려 달라’고 외쳤던 것처럼 지금 우리들도 이 ‘코로나-19’라는 힘겨운 시간 속에서 하느님께 “살려 달라”고 외쳐야 하는 것입니다. 에제키엘의 예언처럼 하느님만이 그 무덤을 열어주실 수 있는 까닭입니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예수님께서는 무덤에 묻힌 라자로를 “나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요한복음은 오늘의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께 달려있으며, 인간이 겪는 고통 앞에서 사람이 매달려야 하는 분은 바로 하느님 한 분 뿐이심을 고백하는 말씀입니다.

코로나-19가 인간의 고통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이 땅의 현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의 묵상과 기도는 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사회 전반에서 죽어가는 많은 것들을 우리가 외면하고 모른 척 했음에 대한 반성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꿈과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입시라는 경쟁으로 내몰리며 죽음의 턱 밑까지 끌려가는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의 아픔, 코로나-19로 겪어야하는 소상공인들의 절규, 열심히 살아도 꽉 막혀버린 일한 만큼의 결과들, 윗돌을 빼어 아랫돌을 막아야만 하는 가난함과 국민에 대한 정치인들의 무관심과 정쟁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빈부의 갈등을 부추기면서 지역갈등, 세대갈등을 뿌려대고 사람을 ‘무덤’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의 넘치는 소비문화는 함께 하는 사람들 안에서 ‘관계의 거리두기’라는 고통으로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덤을 나가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무덤으로부터 나오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에제키엘의 메시지와 라자로의 소생을 전하는 요한의 메시지는 그 기쁜 소식을 향한 ‘희망’입니다.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께 매달리고,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이제 무덤을 나가야할 때입니다. 빠스카 축제로 우리에게 오시는 부활하신 주님을 우리 마음에 받아들이고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무덤’을 나와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