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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을 읽고

작성자
junminsd
작성일
2016-11-28 05:44
조회
683



대림 시기다.

말 그대로 기다림의 시간 안에 있다.

책 제목대로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세월호 북 콘서트가 있다고 해서 도안동 성당에 갔었다.

세 명의 청년들이 아물기를 기다리는 상처를 움켜쥐고 슬픔을 꾸역꾸역 삼키며 힘겹게 이어가는 얘기를 들었다.

무엇이 그들을 돕는 것이냐는 질문에 기억해 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노란 리본을 달고 계신 분만 봐도 반갑고 힘이 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7시간의 정체가 해명되기를 바라는 전 국민의 요구가 다행스럽게 여겨지지만 

유족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서운함과 아쉬움도 표명했다.

듣고 있자니 사랑과 생명의 신비에는 아예 담 쌓고 사는 한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게 정말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났다.

사람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겨야 되는지 도무지 모르는 사람이 휘두르는 비윤리적인 힘에 무고하게 희생된 생명들...

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의 무관심과 무지 또한 대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의 역할은 정확한 사실의 보도는 물론이고 그들의 사연을 잘 듣고 그들을 인간의 모습으로 소환해 내주어야 하는데

그러기는 커녕 이념적으로 이용하거나 정치적으로 팔아 넘기기 위해 조작까지 하고 있으니 우리가 깨어 식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저질러진 악에 우리가 직접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그것이 우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너무 잘 안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노래할 때는 잘 보이지 않는 눈을 일부러 더 찡그리며 화면을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누군가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노력에는 희생자들의 정체성과 인간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 존중하고자 하는 사랑이 담겨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희생자들과 이렇게라도 '연대'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음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기억이 분열되지 않고 정화되고 온전히 치유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고통받은 많은 아픈 기억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단순히 무의식 속으로 옮겨버리지 않도록 결코 경솔하게 망각해서는 안되겠다.

다니엘 예언서에 나오는 세 청년들이 불구덩이 속에서도 아무 해를 입지 않고 거닐 수 있었듯이, 

끔찍한 비극적 현실 앞에서 하느님을 간절히 기다리며 망을 보는 이 세 청년 자캐오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하느님을 모시고 가야 할 책임이 있음을 통감한다.

신앙의 가장자리에 있을지도 모르는 이 자캐오들에게 일단 우선적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고,

거짓말과 핑계와 망각의 굴레 속에서 양심을 속이고 있는 이들에게 명백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 

진실이 지켜지고 왜곡되지 않게 밝혀지는 데 더욱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만큼 우리 역시 신앙 안에서 복음화돼있을 테니까...

박 루도비코 신부님의 말씀대로

우리 신앙의 기초는 무죄하게 돌아가신 분에 대한 기억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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