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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먹이라>를 읽고

작성자
junminsd
작성일
2016-10-30 22:52
조회
559



자비의 희년도 이제 20여일 후면 마무리됩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입고 살아가는 이로서

얼마나 자비로운 마음으로 지냈는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고해성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성찰하도록 도움을 주었다고나 할까요.

제목부터 <먼저 먹이라>는데 찔리더군요.

예수님도 날마다 당신 몸을 통째로 밥으로 내어 주시는데

나는 얼마나 잘 챙겨 먹이고 있는지 남편부터 떠올랐어요.

가톨릭성서모임에서  성지 순례 가던 날, 시국 미사 강론 듣는데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감동을 받았었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반응하는지

생각해보니, 저 역시 위로받아야 하는 가난한 민중이라서 그런 거였더라고요.

지금까지 살면서 여러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가난과 고통이 지긋지긋해서

하느님 원망도 많이 하고 요리조리 피하고 싶어한 철없던 시절을 되돌아 보며,

예수님 앞에서 가난한 이로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난해야 가난한 사람의 맘을 아니까요. 나의 가난함으로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에 진짜 공감할 수 있는 게 자비의 시작 같아요.

하느님 앞에서 똑같은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장벽을 스스로 무너뜨릴 때  '진짜 사람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너보다 낫고 그런 개념 같은 건 하느님 나라에는 애초부터 없던 거니까요.

한계가 많은 죄인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소통 부재로 서로 주고 받는 상처에도 주목하게 됩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자꾸 해명하고 싶게 마련인데,

'침묵'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내 입장에서 말할 게 뻔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 내에서 분열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지 말고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자비 같습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누구나 가난합니다. 우리 모두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말이 유난히 깊게 남습니다.

가난한 죄인으로 살면서도 하느님의 자비로 희년의 은총을 가득 누리고 있어서 그런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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