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2020년을 보내며

작성자
박진용
작성일
2020-12-31 08:47
조회
520
송년미사

 

일상의 삶에서 지쳐버린 우리는 어둠을 맞이하였고, 어둠의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함께 모여 기도하게 하였습니다. 그 기도는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을 찾았습니다. 그 하느님의 성전은 바로 아파하는 우리 자신입니다.

2020년 코로나-19의 시간은 그렇게 우리를 지치게 하였고, 두렵게 하였으며, 간절한 마음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 간절함은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과 사람, 그리고 미래’를 보게 하였습니다. 그로서 이제는 우리가 감사와 찬미를 드릴 때입니다.

 

코로나-19가 2020년을 흔들었지만 우리 신앙은 지나온 시간을 넘어 앞으로 다가올 2021년에 대한 우리의 열정과 간절함과 희망을 갖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많은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잊고 있던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1) 우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결국 나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타주의’의 힘이다. 다른 하나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미래의 문제를 미리 대비하는 ‘생명경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는 것이다. 건강, 교육, 위생같이 생명 그 자체와 연결된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2) 앗아간 것은 ‘함께 함’이 아닐까, 인간은 홀로 지낼 수 없는 존재인데 팬데믹으로 서로에게서 분리되어 버리고 말았다. 큰 손실이다.” 경제학자요 미래학자인 프랑스 출신 자크 아탈리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애잔함이요 새로운 희망입니다.

 

우리는 거룩하신 분에게서 기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우리는 이 한 해 동안 코로나-19의 막막함 속에서 우리 신앙을 지켜내기 위하여 많은 ‘봉헌의 시간’을 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의 인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하여 많은 분들이 방역에 또 방역, 조심에 또 조심하고, 서로에게 격려하며 분골쇄신 이 극복의 현장에 있었습니다. 때론 서로에 대한 날카로움으로 갈등의 시간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겸허하게 지켜주었습니다. 서로를 위한 기도의 시간을 아끼지 않았고, 코로나-19의 와중에서도 우리 전민동공동체는 많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사도 20,35의 말씀을 순간순간 기억하며 베풀어야 하는 시간에 작지만 함께 나누었습니다. ‘전민동공동체다움’을 넘어 ‘신앙인다움’을 살면서 주님의 신앙 안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2020년 한 해의 마지막에 ‘송년미사’를 통하여 주님께 ‘감사의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가 자랑스럽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서로를 꼭 안아주고 서로를 격려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잠시 그 시간은 미루어두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지금보다 더 기쁘고, 지금보다 더 격렬하게 그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는 까닭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올 한 해, 우리 공동체는 ‘치유되어야 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부르심에 대한 우리의 응답,

다가서면 한발 멀어지고, 또 다가서면 또 한발 멀어지는 부르심은 우리 공동체의 아픔이었습니다.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 우리를 찾아 나선 하느님의 부르심에 우리는 “예, 여기 있습니다.”하고 응답하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이 두려워 숨었습니다. 유혹의 손길과 세상의 화려함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이제 2021년, 우리는 부르심에 대한 공동체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치유 받고 싶습니다.

그것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에게 인내하고, 기다리고, 소리 없는 침묵의 기도를 드리며, 우리의 아픔을 주님의 기도로 치유되고자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 함께 했던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은총이 되리라 믿습니다. 주님께 드렸던 지난 시간들의 기도와 앞으로도 계속해서 드릴 우리의 간절함이 새로운 희망과 부르심의 열매가 되리라 믿습니다. 이것이 “말씀이 사람이 되는 은총”입니다.

2020년, 이제 기쁘게 보내줘야 할 시간입니다. 그리고

2021년, 또다시 기쁘게 맞이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이기 때문입니다.

2021년, 우리 공동체와 우리가정, 그리고 우리 각자와 이 나라가 주님의 은총으로 충만하시기를 청하며 이 미사 봉헌합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