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한가위 대축일

작성자
박진용
작성일
2020-10-03 11:28
조회
521
한가위 대축일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되어라

이맘때면 기원했던 민족의 바람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무더위와 계속된 집중호우, 비바람으로 한반도를 흔들어놓은 태풍의 현실이 풍요와 수확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못을 박았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에서 시작된 이 땅의 혼돈과 어둠은 불신과 서로에 대한 갈등을 키웠고, 복음정신마저도 흔들리고 있는 신앙의 현실은 참으로 힘겹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풍요로움을 흔들어댄 대자연의 시련 속에서 ‘추석, 한가위’를 맞았습니다. 가족을 잃어버리고 있고, 신앙마저도 잊어버림의 언저리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멈추어 섰고, 만남과 왕래가 끊어지면서 추석이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불투명한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성전을 찾았습니다. 우리 삶의 뿌리인 조상님들을 찾고, 함께 사는 이유인 가족을 찾고, 하느님의 은총을 찾기 위하여 이렇게 모였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탐욕에 대한 경계를 선포하였습니다.

언제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이기에 오늘 복음은 그 인간을 향하여 ‘탐욕’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탐욕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함께와 창조의 길’입니다.

함께 사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계획입니다. 하느님은 당신과 함께 하기 위하여 ‘인간’을 창조하셨고, 아담과 함께 하는 하와를 창조하셨으며, 에덴동산과 형제를 죽인 카인의 모습에서 죄지은 인간을 죽이지 않고 함께 살기 위하여 살려주셨습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당신을 비우셨습니다. 비우신 그 하느님을 따라 우리 사람도 ‘함께 사는 것’으로 ‘탐욕’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 문화와 습관에 몰두하고 자기 사람과 재산에 대한 집착은 사람들로 하여금 탐욕을 일으키며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불행함을 향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복음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나와 나 자신을 둘러싼 탐욕이 이 땅의 가장 큰 아픔입니다.

사람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풍요’를 청했지만 ‘풍요’는 거부당하였고, ‘나눔’을 설명하지만 ‘나눔’은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묵상하는 우리 신앙은 ‘거부당하고 외면당하는 현실’속에서도 ‘나의 이웃’을 묵상하고 ‘나눔의 삶’을 실현해야 하겠습니다. 나의 넉넉함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아픔과 내 안의 선한 의지와 신앙고백의 아름다움 때문에 이 추석을 시작으로 ‘나눔의 릴레이’가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전민동공동체의 지난 시간은 그런 ‘나눔’을 기억하고 있고, 그 ‘힘’도 지니고 있습니다. 나눔은 ‘함께, 그리고 도전’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 마음을 이 미사를 통하여 주님께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자기만의 탐욕을 쌓아가는 이 시대가 본래 인간이 자리했던 하느님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가 이 미사를 통하여 기도하는 것은, 단순히 이 코로나가 지나가기만을 기도함이 아니라 이 코로나를 통하여 우리의 복음정신이 이 땅에 충만하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 기도로 이 추석은 가족들의 ‘친교와 모임’을 넘어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께 되돌려드리는 ‘봉헌’과 ‘나눔’의 현장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그 삶을 위하여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초대하셨습니다.

 

주님의 크신 뜻에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을 청합니다. 복음말씀대로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을 청합니다. 다시 한 번 ‘추석이라는 한가위’가 이기적인 벽을 허물고 하늘에 감사하며 하느님께 올리는 이 “감사의 제사”를 통하여 우리의 삶이 넉넉해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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