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주님 수난 성지주일 - 박진용 F. 하비에르 신부님

작성자
홍보분과
작성일
2023-04-05 23:47
조회
74

주님 수난 성지주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군중은 자신들이 세운 왕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로마에 저항할 인물이 필요했던 유대 지도자들과 군중들은 새로운 인물로 예수를 뽑아 세웠습니다. 그들은 ‘신앙의 역사’로 이 땅에 오신 예수를 ‘세상의 역사’로 해석하며 ‘혁명가 예수’로 몰아세웠습니다. 하지만, 예수는 그들의 선택에 응답하지 않았고, 그들은 예수의 그 발걸음에 분노합니다.

유대 지도자들과 군중의 분노는, 자신들의 패착을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예수를 ‘죄인’으로 몰아붙였습니다. 그들은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가 전하는 것처럼, 자신에게서 시작된 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숨기거나 피해 가는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이 땅의 현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이 땅은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선택, 그 하나가 지금 이 땅을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또 다른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리며, 지금 그 사람을 향하여 죄를 물으며 “십자가에 못 박으라” 외치고 있습니다.

호산나를 외쳤던 예루살렘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예수의 제자들, 유대 사회의 지도자와 백성들, 그리고 힘의 로마를 지배했던 헤로데와 그 위정자들도 혼란스러웠습니다. ‘섬기는 자의 예수’를 앞에 두고‘힘의 논리’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땅의 현실도‘예수와 신앙’, 그리고 ‘정치와 백성’ 사이에서 갈등과 혼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섬기는 자의 예수’를 묵상하고, ‘호산나’를 외쳐야 하는 우리 신앙이 ‘책임’을 회피하며, ‘십자가의 죽음’을 거부하고, ‘죄 없는 한 사람’의 죽음을 위하여 끊임없이 공격대형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멈추지 않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섬기는 자의 예수, 고난받는 하느님의 종 예수’는 ‘가시관’의 임금이 되어 골고타로 오르셨습니다.

우리 신앙은 그 ‘가시관의 예수, 섬기는 예수’를 ‘세상의 참된 왕’으로 고백합니다.

세상의 왕, 예수는 그 통치의 중심에 ‘자신과 가족, 그리고 핵관들’을 두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참된 왕’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외면하지 않았고 오히려 뼈아픈 그 현장을 기억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희생의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백성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예수는 그렇게 당신의 백성을 섬겼습니다.

지금 이 땅은 그 섬김의 예수가 간절합니다.

“섬김으로 하느님의 종이 되고, 백성을 섬기는 왕이 되어달라”고 외치는 그 외침이 반역이라면,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민중의 외침이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은 계속해서 그 반역의 역사, 십자가의 역사를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성지주일’입니다. 예수의 섬김을 기억하며 우리도 겸허한 마음으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그 은총을 청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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