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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 신부님 강론 - 주님 부활 대축일-파스카 성야 미사

작성자
홍보분과
작성일
2023-04-12 14:45
조회
72
주님 부활 대축일-파스카 성야 미사

우리 교회가 ‘빛의 예식’으로 이 ‘예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를 시작하는 것은 하느님 창조역사의 시작이 “빛”(창세1,3)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사제는 이 거룩한 전례를 통하여 그 ‘빛의 시간’인 예수의 부활을 기억하며 다음과 같이 외쳤습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

사제의 외침은 어둠의 시간을 깨우며 백성을 향한 사랑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하느님 감사합니다”로 응답하는 백성은 ‘세상의 빛’인 예수를 고백합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은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로 인간의 배반에 대한 예수의 승리이며 동시에 용서해주시는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은 그 하느님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를 믿는 백성들의 신앙고백입니다.

사제는부활 찬송으로 오늘 미사의 참된 의미를 새롭게 들려줍니다.

예수의 부활, 어두움을 몰아낸 밤, 찬란한 광채가 비추는 이 땅, 사제는 그 “기쁜 소식”을 외치며 어머니인 교회, 주님의 빛이 가득한 교회를 노래합니다. 계속되는 사제의 찬미는, 죄를 몰아내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기억하며, 어둠을 몰아내는 빛의 향연을 노래합니다. 교회는 오늘 그 ‘빛의 향연’을 찬미하고 그 중심에 계신 부활하신 예수를 고백합니다.

오늘 이 밤에 전해지는 ‘성서의 이야기’는 ‘빛과 생명, 그리고 부활의 기쁜 소식’입니다. 부활의 기쁜 소식은 특별히, 당대 사회의 약자였던 여자들에 의하여 ‘빛의 속도’로 전파되었습니다. 힘의 논리에 지배당하던 여성들은 ‘부활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승리와 죄 없이 짓눌렸던 자신들을 향한 자비로 고백합니다. 그 여인들은 하느님의 승리와 자비가 자신들에게만 국한될 수 없었기에 여기서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처럼, 힘없이 당하는 고아와 과부와 이방인, 세리와 창녀들에게까지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해야 했습니다. 쉬거나 잠잘 시간 없이 밤낮으로 기도하며 예수 부활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렇게 ‘빛’의 인도로 이 땅에 오신 예수, ‘세상의 빛’이 되어 이 땅의 어둠을 밝히는 예수의 ‘기쁜 소식’을 알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 신앙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지금 이 땅은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신앙의 현실도 여전히 ‘어둠’속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외면하고, 나와 다른 사고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하나 됨을 거부하고 분열을 즐기며, 어둠 속에 머무는 그들은 ‘빛’으로 오신 예수가 버겁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교만함으로 스스로 ‘빛’이라 생각하며 ‘어둠’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사제는 그런 세상에 부활하신 예수께서 ‘세상의 빛’으로 오셨음을 더 소리높여 외칩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

그리스도 우리의 빛자비와 생명입니다.

지금 이 땅에는 그렇게 “자비와 생명”이 절실합니다. 우리는 ‘자비와 생명’이 이 땅에 정치의 어둠을 밝혀주고, 민생회복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을 믿습니다. ‘자비와 생명’은 이 땅에 인권의 사각지대를 비추며 회개의 마음을 열어주고, 게으름과 나태함을 무너뜨리며, 신앙의 열정을 이끌어줄 것을 믿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나는 이 길을 가야 한다.”고 고백하는 사도 바오로처럼, 믿음을 고백하는 사람은 ‘세상의 빛’인 ‘자비와 생명’을 향하여 계속해서 그 길을 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이 땅에는 자비와 생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민생을 돌보고 베풀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자비와 생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한 경쟁의 시간은 이 땅에‘생명의 탄생’을 지연시키며,약자들을 결코,배려하지 않습니다.미래의 희망인 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죽음의 땅과 모든 것을 경쟁과 적대관계로 몰아가는 지금 이 땅에서는,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아파하고 신음하는 그 젊은이들을 탓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그들은‘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이 보여준‘집착과 소유’가 어둠이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착과 소유’는‘죽음의 문화’입니다.

예수 부활은세상의 빛이며, ‘생명의 시작이며, ‘새로운 질서입니다.

우리 교회와 신앙은 ‘집착과 소유, 어둠과 죽음’의 문화 안에서 이 땅에 ‘세상의 빛’과 ‘생명의 시작’과 ‘새로운 질서’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민생 돌봄의 현장에 가난한 사람들이 기뻐하고, 생명의 땅에서 젊은이들이 당당함을 살고, 어둠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세상의 빛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도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무너져버린 “생명의 질서”를 묵상하며 간절함으로 기도하였고, 그 간절함은 오늘, 우리가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게 하였습니다. 지금 이렇게 우리가 ‘기쁜 마음’으로 부활의 ‘기쁜 소식’을 듣고 있다는 것이 “감사요 새로운 시작”입니다. 오늘, 이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를 통하여 “새로운 신앙”을 시작하는 전민동 공동체가 되기를 다 함께 기도하며, 예수의 부활이 우리의 부활이 되고, 예수의 생명이 우리의 생명이 되는 “새로운 질서”를 희망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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