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주임 신부님 강론 - 예수 부활 대축일 낮 미사

작성자
홍보분과
작성일
2023-04-12 14:47
조회
89
예수 부활 대축일 낮 미사 

우리 신앙의 출발인 예수 부활빈 무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자기 비움’으로써 ‘육화’하신 예수는 그렇게 인간의 모든 욕망을 비우고 그 승리를 통하여 ‘빈 무덤’의 부활을 당신의 사람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베드로, 그리고 사랑받던 제자의 그 증언들은 초대교회 공동체는 물론이고, 로마와 유대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무덤이 열린 현장, 그리고 사라진 예수, 더욱더 심각한 것은 당대 사회에서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 들려오는 예수의 부활 이야기, 예수께 걸었던 희망을 접고 본래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제자들의 시간(엠마오의 제자), 두려움 때문에 다락 방에 숨어들었던 제자들의 현장, 이 엄중한 현실 앞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쉽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상은 그 ‘부활의 사건’을 사기극으로 규정하면서 부활 이야기의 증인들을 박해하였습니다. 특별히 유대 지도자의 한 사람이었던 사울, 훗날, 예수 그리스도 부활과 신앙고백의 최고 증인이며 발로 뛴 서간을 통하여 신앙의 교리를 선포한 바오로 사도가 그 박해의 현장 중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박해의 시간 속에서도 하느님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예수의 ‘빈 무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빈 무덤을 보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무녀리 같은 제자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회개의 소리와 다락 방을 박차고 나온 제자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렇게 ‘빈 무덤’을 찾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현장에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전해졌고, 로마와 유대의 지도자들은 그 놀라운 소식을 입막음해보지만, 예수의 이야기는 ‘빛의 속도’처럼 빠르게 세상 사람들의 입을 타고 있었습니다.

복음은빈 무덤의 첫 번째 증인을 여인으로 고백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그 여인을 “사도들의 사도”라 불렀습니다. 부활 사건의 첫 목격과 증언은 그렇게 여인에게서, 그것도 죄인 중에 죄인, 가장 많은 죄의 용서를 받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여인의 두려움은 그 발걸음을 제자들에게 향하였고, 여인에게서 ‘빈 무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제자들은 놀람과 두려움, 그리고 무덤을 지키지 못한 자신들의 나약함을 감추며 한달음에 ‘무덤’으로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보고 믿었습니다.”

예수의 부활 이야기는 계속해서 다양한 현장에서 들려왔습니다.

1고린15,3을 보면, “나도 전해 받았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도 바오로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새롭고 놀라운 소식이 되어버린 예수의 부활은 죄인들과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예수의 십자가 사건 속에서 신앙을 고백했던 사람들에 의해서 퍼져나갔습니다. 지금도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는 ‘빈 무덤’의 증인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수의 사건은 부활 사건 하나만이 아니라 ‘예수의 생애와 예수 탄생 이전의 이야기, 예수의 말씀과 행적들, 그리고 처절했던 고통과 십자가의 죽음, 보고 믿은 빈 무덤의 이야기’의 모든 사건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땅에는예수의 사건빈 무덤의 사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빈 무덤’의 사건은 우리들 가까이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시간으로 본다면, 억울한 죽음의 현장이었던 제주 4.3사건의 기억과 새로운 해석들, 사람들은 4.3사건 현장의 그 ‘무덤’을 찾아 달려가고 그들의 삶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산의 야산에서는 6.25사건 중 경찰관의 총에 의하여 숨진 수많은 사람의 유골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빈 무덤’으로 우리는 달려가야 할 것입니다. 4.16 세월호의 사건도 그렇고, 광주 5.18 민주화 항쟁의 사건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그 사건을 기억하며 계속해서 그 사건의 현장을 찾아가고, 그 ‘빈 무덤’ 안에서 살아있는 그들의 외침을 듣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때늦은 현장의 방문을 아파하며, 뉘우치고 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현장, 그렇게 ‘빈 무덤’을 찾는 사람들은 유대와 로마의 지도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하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한 아픔을 사는 사람들, 신앙의 이름으로 예수의 사건을 고백하는 사람들, 이 땅에 하느님의 의로움이 세워지기를 바라는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빈 무덤은 우리가 달려가야 하는 삶의 현장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제자들처럼, 누군가의 고통에 손을 내밀었던 제자들처럼, 우리 전민동 공동체도‘빈 무덤’으로 달려가 신앙을 고백하며 손을 내밀어주기를 희망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십자가에 죽음에 동참하는 증거요, 그 십자가의 죽음을 통하여 우리의 부활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부활은 ‘빈 무덤’을 통하여 얻은 “생명”입니다. 부활은 ‘빈 무덤’을 통하여 얻은 세상에 대한 “자유”입니다. ‘생명과 자유’, 이 새로운 질서를 예수께서는 ‘빈 무덤’을 통하여 보여주셨습니다. ‘자기 비움의 육화와 순명,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여주신 자비의 표징들, 세상을 향하여 보여주신 섬김과 십자가 사건, 그리고 빈 무덤의 사건’은 우리가 믿는 신앙입니다. 코로나의 고통을 이겨낸 우리 신앙은, 지금, 부활의 현장인 ‘빈 무덤’으로 달려가야 할 때입니다. 그곳에 예수 부활의 기쁜 소식이 있고, 그곳에 예수 부활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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