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주임 신부님 강론 - 주님 만찬 성목요일

작성자
홍보분과
작성일
2023-04-12 14:44
조회
74
주님 만찬 성목요일

오늘 우리의 묵상은 섬김의 예수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시간을 ‘성삼일’로 기억하며, 가장 ‘거룩한 봉헌’을 올립니다. 그 성삼일의 첫날인 오늘, 교회는 ‘세족례’를 통하여 ‘섬김의 예수’를 기억하며 예수께서 섬기셨던 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헌금을 봉헌합니다. 가톨릭 신앙은 가난한 사람들과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예수, ‘하느님의 역사’를 ‘섬김의 역사’로 고백하시는 그 예수가 바로 이 교회요, 우리 자신임을 고백합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겨주어야 한다.”

가톨릭교회가 이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에 ‘세족례’를 거행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은 이것이 백성을 사랑하는 ‘하느님의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는 그 ‘섬김의 예수’를 기억하였습니다.

‘섬김의 예수’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사람을 섬기신 분이고, 주인이 종이 되어 종을 섬기신 분이시며, 하느님의 일꾼이 되어 하느님의 일꾼을 섬기는 분이셨습니다. 그 ‘섬김의 예수’를 지켜본 예수의 제자들은 하느님 백성을 섬기는 예수의 모습을 통하여 ‘함께 걷는 여정’, ‘시노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먼저 선택하는 교회’를 묵상하였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질서’였던 “섬김”을 묵상하는 2천 년의 교회는 부와 권력, 의인에 따른 힘의 논리와 특정 계층의 사람만이 아니라 ‘섬김의 예수’를 믿고 고백하는 모든 사람을‘하느님 백성’으로 받아들였고, 그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성전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교회의 현장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는 세족례 이후에 유다의 배반을 예고하셨고, 이어서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는 빵을 받아들고 자신의 배를 채운 유다가 배신의 길을 떠난 ‘그 밤’의 선포였습니다. 색다른 묵상을 해보면, 이렇게 들립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배반자 유다를 사랑하여라. 유다를 용서하여라” 그렇게 예수는 자신을 배반하는 제자들을 향하여도 당신의 사랑이 세상에 선포되고 드러날 수 있도록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사도행전은 그 제자들이 그 예수와 예수의 말씀을 기억하며 신앙을 지켜왔다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죄인들에게는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예수의 이름으로 자비를 베풀고, 자신들을 박해하는 세상과 유대인들을 향해서는 ‘동태복수법’으로 되갚음해 주지 않으며,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렇게 제자들은 자신들이 기억한 예수를 통하여 신앙을 살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 섬김의 예수기억하는 우리 자신에게 명령합니다.

우리도 이제는 이 성삼일을 통하여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이미 내 안에 이루어지고 있었던 하느님의 역사입니다. 거룩한 성전에 더러워진 발로 내디딜 때마다 주님은 내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코로나의 3년을 기다려주신 예수, 그 예수는 죄인의 삶을 심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인을 돌로 쳐라.” 하셨습니다. 신앙과 복음이 전하는 “기억”은 단순한 머릿속의 암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우리는 그 ‘섬김의 예수’를 다음과 같이 기억하겠습니다. “항상 감사의 예를 올리며, 하느님의 사람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그들의 발을 씻겨주겠습니다. 슬퍼하는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을 위로하겠습니다. 우리에게‘동태복수법’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되갚음 하지 않고, 오히려 기도해주고, 용서해주겠습니다. 하느님 안에서는 세상과 돈이 아니라 거룩함을 찾겠습니다.

오늘 복음과 전례의 진한 감동은 ‘주님이신 분이 스스로 종이 되어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는 제자들을 향하여 발을 씻겨주신 예수의 이야기’입니다. 이로써 초대교회와 우리의 신앙고백은 “이 땅에 오신 섬기는 예수”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성삼일의 첫날에 ‘섬김’을 묵상하고, ‘밤의 시간’을 이겨내며, ‘예수의 무덤’을 지켜낼 것입니다. 그리고 성삼일의 둘째 날인 ‘성금요일’에는 ‘십자가의 시간’을 봉헌하고 성삼일의 셋째 날에는 예수의 부활처럼, 우리의 부활도 이끌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3년의 코로나 유혹과 아픔을 이겨내고 지금 이 성전에서 “봉헌의 예”를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턱없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오늘 이 ‘봉헌’을 위하여 하느님의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주님 만찬 저녁 미사’에 참여하는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신앙인이요, 부활의 삶을 고백하는 신앙인입니다. 다시 한번 우리를 불러주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이 미사를 봉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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