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소리

2022년 성지주일 (박진용 F. 하비에르 신부님)

작성자
홍보분과
작성일
2022-04-12 19:37
조회
319
성지주일

2천 년 전, 예루살렘에 울려 퍼진 ‘호산나’의 환호는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군중들의 격앙된 외침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이렇듯, ‘힘과 권력 앞에서 손바닥 뒤집듯 배반하는 군중의 모습’ 안에서 복음은 ‘인간의 역사’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호산나”는 ‘주님의 승리와 구원’을 향한 환호입니다.

복음은 군중들의 ‘호산나’ 외침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파스카 출애굽을 이끌어주신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 어찌하여 당신께서는 이토록 당신의 백성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에 ‘눈과 귀’를 닫으셨습니까? 간절히 청하옵니다. 이제, 그만 저희를 구원하여 주십시오.” 복음은 ‘호산나’를 환호하는 군중을 통하여 자비하신 하느님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복음은 자기 욕망 때문에 일순간에 주님을 배반해버린 군중을 통하여 인간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신앙의 터전’인 ‘지금 여기’도 다양한 군중들의 ‘환호와 외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권과 기득권 싸움의 진흙탕 속에서 짓눌림에 대한 울부짖음이 있고, 소외되는 현장에 대한 무관심도 있으며, 환호하며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도 있습니다. 동시에 거룩함을 찾는 제자들과 십자가 아래에서 울부짖는 사람들, ‘호산나’로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사람들과 자비와 회개의 마음으로 누군가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 여기’, 전민동 성당은 또 다른 ‘예루살렘 성전’입니다.

오늘도 예수는 화려한 백마가 아니라 나귀 등에 오르시어 전민동 공동체가 깔아놓은 마음 자락을 하나하나 거두어주시며 이 ‘성전’에 오셨습니다. 그 예수를 향한 나와 우리의 외침은 이렇습니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이 ‘성주간’에 그 거룩함을 살기 위하여 나와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진행되는 이 땅의 아픔을 짊어지고 골고타 십자가로 오르겠습니다. 이 나약한 인간의 외침을 보아서라도 주님 저희를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이렇듯 신앙인이 찾아야 하는 거룩함이 ‘골고타 십자가의 여정’ 속에 있는 것처럼, 길고 길었던 코로나의 여정 2년을 넘어서는 지금은 우리도 ‘호산나’를 외치며 주님의 구원을 환호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지금 전민동 공동체는 ‘다시 쓰는 신앙 이야기’를 통하여 예수를 환호하고, 우리의 이웃을 위하여 ‘호산나’를 외치며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지금, 우리 청년 예수들은 ‘강원도 산불돕기 운동’을 위하여 팔을 걷었고, 중고등부 라온제나도 작지만, 그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바오로)와 권상연(야고보)의 출생지인 진산 성지 성전건립을 위하여 신앙의 지혜와 힘을 모았습니다. 감사와 나눔이 계속되고, 봉사와 열정으로 다시 쓰는 우리의 25년, 이 이야기는 그래서 거룩함의 이야기입니다.

2022년, ‘성지주일’입니다. 예루살렘 입성으로 수난이 시작되고, 예수의 파스카 완성이 준비되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의 수난 여정이 소멸되는 부활의 시간으로 이 땅에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 박진용 F. 하비에르 신부 -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