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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정의를>을 읽고

작성자
junminsd
작성일
2019-02-18 00:35
조회
348
드디어 마지막 신심 서적인 함세웅 신부님의 <이땅의 정의를>을 다 읽었다.7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세바특을 통해 함 신부님을 직접 뵙고 특강도 들어봐서 그런지 함 신부님 곁에서 그분의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듣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며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그분의 심장을 이토록 힘차게 고동치게 하시는 분이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 안에서 함 신부님을 어떻게 이끌어 오셨는지 주님의 드라마틱한 업적을 보는 듯했다. 목사님들과 함께 하며 교회 일치 운동에 힘쓰셨고, 우주 공간의 일부분을 절대자 하느님께 봉헌하며 마음을 집중하면서 절대자와 교감하는 장소가 성당이라는 의식을 가진 존재론적으로 사제인 분이시다. 세상 속에서 불의에 맞서 싸우며 '암흑과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간직하는 의지적 선택이 신앙'임을 온 몸으로 증언한 그분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엿보았다.민청학련 사건,인혁당 사건 등 잘 모르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감을 잡으며 미처 몰랐던 시대의 진실을 접할 수 있었다.세상 속에서 세상을 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품고 예언자적 소명을 살면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약하고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하느님의 나라와 정의를 우선시하며 살아온 사제 ! 현대판 사탄인 거짓 언론의 역사 왜곡에 맞서 진리를 증언하여 공감과 연대를 자아내는 이 책은 '영성이라는 것이 구체적 현실에서 세상을 변혁하는 힘'임을 재확인시켜준다. 하나하나의 사건 속에서 온몸과 마음으로 시대의 격랑을 꿋꿋하게 헤쳐온 한 사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시대 증언을 통해 세상의 변혁을 위해 어떻게 시대의 징표를 읽고 정의와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것인지 몸소 보여 주신다.

사회적 약자들,고통받는 사람들,억울함을 호소할 데 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 우리 시대의 비천한 곳에 주목하고 그런 곳이면 어디든 함께 하시면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봉헌하며 기도드리고 계실 함 신부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민주화 투사에게 내가 기대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인자하시고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직접 신부님을 만나면서 예수님의 푸근한 사랑을 느꼈었는데....

책 속에 내가 아는 신부님 이름들이 여럿 나오니까 또 반갑다.김수환 추기경님,박상래 신부님,최기식 신부님,경갑룡 주교님,정진석 추기경님 등등...이분들과 얽힌 일화들 속에서 함 신부님의 직언이 또한 돋보인다.

대학다닐 때 민주화 운동의 대열에 멋모르고 따라 다니며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었는데 책으로 그때 상황을 자세히 읽으니 기억이 더욱 생생하다.민주화 여정에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이 많은데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역사는 반드시 제대로 기록되고 기억돼야 하는데 이 책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할 듯하다. 함 신부님의 삶을 결정적으로 이끌어 온 이정표가 되어준 게 다름 아닌 '말씀'이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마태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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