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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교 답사기, 둥베이는 말한다

작성자
junminsd
작성일
2018-11-20 22:36
조회
393

사람은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느니라.“

저자는 40여 년 전 수녀님으로부터 받은 천주교 교리문답을 기억하며 나는 어떤 방법으로 하느님을 공경하고, 어떻게 내 영혼을 구할까를 화두로 삼고 살았다. 중국 답사 여행을 하며 신 열하일기를 구상 했으나 한국 최초의 해외 선교사였던 세 신부님의 삶과 그들을 도운 세 여인의 행적을 토대로 선교 답사기를 썼다. 십년 동안 십여 차례의 답사를 하며 남긴 증언 채록 여행을 님 찾아 구만리의 여정이라 표현했다.

그동안 한국천주교회사를 통해 알고 있던 시대적 배경과 사건이 아니라 1930년대 공산화 정권하에 지상과 지하로 양분된 교회, 그 가운데서 신분의 보장 없이 참된 목자의 길을 걸었던 사제와 그들을 보필한 이들의 고된 삶,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았던 상황에서 자신들과 함께 한 사제들을 증언하는 이들의 생생한 기억은 간결하지만 진솔하다. 어렵고 힘든 때로는 죽음의 위기마저 감내해야 했던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삶으로 절절하게 신앙을 증거 한다. 힘든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소소한 일상이나 감정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몇 가지 사건은 씁쓸한 웃음도 자아낸다. 나의 유년시절 무임승차로 검표에서 적발되었음에도 두려움 하나 없이 당당해 하던 엄마, 결혼 초 냉담 중일 때 집에 방문한 신부님과 수녀님을 처음 본 어린 딸이 퇴근한 남편한테 했던 말, “아빠 낮에 하느님과 모자 쓴 언니가 왔다 갔어.“

수감생활과 강제노역, 정치적인 압박, 자신들의 안위보다 더 앞선 목자 없는 양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간절함, 시대의 흐름에 거슬러 담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삶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소련의 수용소에서 23년간의 고된 노역에도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로 여긴 월터 J. 취제크 신부님, ”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 지어다...씨를 심는 농부를 보건데... 주 땅을 밭으로 삼으시고 우리 사람을 벼로 삼아, 은총으로 거름을 삼으시고 강생구속 하여 피로 우리를 물 주사, 자라고 영글도록 하여 계시니....할 말이 무수하되, 거처가 타당치 못하여 못한다... 내 입으로 너희 입에 대어 사랑으로 친구(親口)하노라.“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애절한 마음도 다시 새겨본다. 선정 도서를 통해 알게 된 세 신부님과 그들을 도운 이들, 그들을 통해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증언하는 사람들, 그 발자취를 찾아내는데 혼신을 다한 저자의 신앙과 영성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선교를 배운다.

깊어진 감기 치료를 위해 필수불가결 했던 항생제 복용, 소소한 일상마저 버거운 무게감이 느껴지던 날들은 더디고 길었다. 인간의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유난히 깊게 와 닿은 가을, 나에게 힘을 주시는 하느님 안에서 본질적인 것을 보게 하는 신앙이 묻는다. “사람은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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