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소리

2020년 12월 24일 성탄대축일 밤미사 강론 글

작성자
홍보분과
작성일
2020-12-25 08:56
조회
505
성탄 대축일 밤 미사

(박진용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 강론 글)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지금 이 밤에 인류가 희망하는 것은 기쁜 소식입니다.

2천 년 전그 밤은나라 잃은 어둠 속 암흑의 땅짊어진 불평등의 멍에땅을 흔들던 군화발의 저벅거림욕망에 집착한 절망의 세상지도자들의 탐욕과 권력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한 성전세상의 어둠은 그렇게 또 다른 힘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외면하고 신앙의 뿌리를 흔들었습니다우리 교회는 그 밤에 태어난 한 아기를 모든 사람에게 나타난 하느님의 은총, ‘임마누엘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2천 년이 지난 이 밤은코로나-19의 아픔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극한대립으로 불공정이 진행되고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재물의 집착 때문에 불안함은 계속되고과도한 소비의 욕망은 절제를 잃어버렸고인간의 생명질서는 유린당하고기득권의 폭력에 절망은 계속되고불안한 현재를 사는 인류는 하느님께 의지하지 못하며 무관심을 살고 있습니다이렇게 지금 이 땅의 어둠은 우리 신앙을 흔들고 있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오늘 교회는 기쁜 소식으로 말구유에 태어나신 임마누엘을 보았습니다.

낮은 데로 임하신 임마누엘시대의 어둠 속에서 으로 오신 임마누엘그분이 태어나신 베들레헴초라한 말구유는 하느님 영광의 자리가 되었고베들레헴그 말구유는 사람들에게 평화의 자리가 되었습니다저 동방이민족을 대신하여 경배를 드리는 박사들그리고 아기를 지켜준 겸손한 목동들누구보다도 가슴 졸이며한 안기의 탄생을 이루어내야 했던 그 어머니와 아버지그렇게 말구유 앞에는 다양함이 있었고그 다양함은 한 아기를 중심으로 일치가 되었습니다이것이 평화입니다.

오늘 이 밤에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한 아기가 태어나셨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그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릴 적 우리의 꿈과 희망이 애잔했던 우리의 환경에서 시작된 것처럼부족하고 나약한 한 사제가 이름 모를 잡초에서 시작된 것처럼우리 전민동공동체가 저 초라한 노래방의 공간에서 시작된 것처럼우리의 신앙도 초라한 말구유에서 시작되었습니다그렇게 시작한 신앙에는 비천한 여종의 응답도세상을 여는 신앙인들의 부족한 고백도 있었습니다그리고 지금신앙의 불청객 코로나-19로 흔들려버린 초라함 앞에서 신앙회복을 위하여 하느님을 찾고 있는 우리들이 있습니다그런 우리들이 바로 말구유이며 그 말구유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지금 이 거룩한 밤에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것은 기쁜 소식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방의 박사들은 그 별을 보고 하늘의 뜻을 찾아 경배의 여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동방박사들에게 별의 등장은 기쁜 소식이었고기쁜 소식은 동방박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가난한 사람을 만나고아파하는 세상을 목격하고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세상의 이기심과 왕들의 폭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그 별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이었습니다.

동방의 박사들이 찾은 그 희망은 자유와 해방이라는 출애굽의 세상과 에덴동산의 풍요로움이었고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에 대한 희망이었습니다그래서 그들은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찾아 경배하였습니다.

지금 이 거룩한 밤에 우리가 묵상해야 하는 것은 소비문화의 절제입니다.

예수님 탄생의 말구유는 창문하나 없는 캄캄한 말구유였지만 세상과 교회는 그 말구유를 화려한 불빛으로 옮겨놓았습니다그렇게 지금 이 땅의 현실은 예수님의 탄생신앙의 모태인 구유까지도 화려한 자본주의에 물들어가고 있습니다이 거룩한 밤코로나가 가져온 이 어둠과 불편함은 철저하게 포장되는 인류의 소비문화 절제를 선포하고 있습니다그 소비문화의 절제를 위하여 지금 하느님께서는 그런 이 시대를 새롭게 정화하고 계십니다.

소비문화의 절제는 구유를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놓는 정화요 신앙고백입니다.

우리 인류는 소비문화 절제로 자신의 본래의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그 자리가 바로 예수님의 말구유이며이는 곧 가난한 사람들의 자리입니다그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나신 예수님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시는 예수님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시는 예수님이 바로 오늘 우리의 묵상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세상에 드러나는 기쁜 소식은 교회와 신앙인그리고 교회지도자들이 변화되고 쇄신하며 회개할 때만이 가능한 은총입니다이것이 오늘 이 거룩한 밤구유에 누우신 한 아기를 경배하며 우리가 봉헌해야할 기도요찬미이며경배입니다이 마음으로 성탄 밤 미사를 봉헌합니다잠시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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