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
가문비나무의 노래
눈부신 햇살이
겨울을 이겨낸 나무사이로 반짝이듯
흔적 없이 내린 봄비로
산과들의 초목에 물이 오르듯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섬광처럼 강렬하고 예리하게
봄비처럼 조용하고 촉촉하게
내 마음을 조율했다.
감추어진 아집의 내피(內皮)마저 벗겨내는
고난과 위기의 순간이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의심뿐만 아니라
격렬하게 저항하며 투쟁했던 시간들이
나만의 울림을 내는데 필요한 날들이었다.
흔들림의 눈물마저 내 믿음을 젊게 하고
소명을 받아들이고 봉사하는 삶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의심과 불안마저
나를 깨어있게 하는
하느님의 사자(使者)일 수 있다니...
창조주의 손에 변화되기를 거부하는 마음이
죄라 한다.
울림 있는 삶을 위해
내 안에 담긴 자아(自我)를 버리고
나의 원형인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도록
그분의 손길에 온전히 나를 맡길 때
내면의 소리는 주변에 전달될 것이다.
나의 고유한 음색과 울림은
다른 이의 믿음과 사랑 안에서도
참다운 빛과 소리를 발견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울림' 이 되었을 때
하느님 나라에서 연주되는
멋진 교향곡이 될 것이다.
가문비나무는
‘카이로스’-깨어 있음으로
현재에 충실한 시간을 사는 사람은
일과 믿음을 분리시키지 않는다고,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만 하느님의 일에 참여할 수 있다‘고,
믿음이란 “하느님은 어떤 분인가?”하는 질문에
자신의 삶으로 답하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너의 일상이 초라해 보인다고 탓하지 말라.
풍요를 불러낼 만한 힘이 없는
너 자신을 탓하라(릴케).
-칼 라너의 신학단상 <일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