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2018년 교구장 주교님 성탄메세지

작성자
junminsd
작성일
2018-12-25 19:28
조회
668

2018년 성탄 메시지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기 예수님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18년의 성탄을 준비하면서 그 어느 해보다 간절히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게 됩니다. 미래에 대한 많은 불확실성이 우리 앞에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이번 성탄은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인 ‘강생’ 곧, 우리를 사랑하시어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사랑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죄를 완전히 잊고 기꺼이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 속에 선물로 주어질 일 년을 살아갈 순례자의 마음도 가다듬어 봅시다. 또한 절정으로 향해 가는 교구 시노드에 마음을 열고, 교회를 통해 활동하시는 성령의 은총에 우리를 맡기면서 묵묵히 걸어갑시다.

오늘 우리 곁에 찾아오신 예수님은 자신을 가리켜 단순히 ‘빛’이라 하지 않고, ‘참빛’이라 하셨습니다(요한 1,9 참조). 예수님은 세상을 비추는 여러 빛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십자가의 죽음으로 죄의 어둠을 몰아내고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준 참 빛이십니다. 빛이신 예수님은 창조의 시작에 이미 하느님과 함께 머무시며 세상을 비추고 계셨습니다(요한 1,2 참조). 세상을 구원하려는 예수님은 어둠 속에 살고 있던 제자들에게도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4-16)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이미 빛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았다고 모두 빛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빛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은 일회적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현재에 선택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순례의 여정을 마치는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끝없이 많은 시련과 유혹을 겪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라고 약속하십니다. ‘생명’과 ‘빛’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모든 식물은 빛이 있어야 광합성을 하여 영양분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우리 인간도 빛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스스로 만든 어둠에 자신을 가둬 버리고 생명을 포기하는 불행한 선택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빛이신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으로 힘든 사건과 사고들, 어둠이 짙어 보이는 이 시대에 참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맞으며, 그분의 제자로서 두 가지 사명을 함께 묵상해 봅시다.

존경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변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집시다!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8)라는 말씀대로, 우리는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아기 예수님은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결국 당신 목숨까지 내어 주셨습니다. 이와 같은 큰 사랑을 체험한 우리는 그분의 사랑에 기쁨으로 응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여러분이 예수님의 성체를 제대로 공경하려면, 그분이 헐벗으셨을 때에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또 다른 모습의 예수님이 고통받는 것을 못 본 체하면서 화려한 장식을 꾸미는 방법으로 성체를 흠숭하지 마십시오.”(마태오 복음 강해 50.3)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는 말씀을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빈익빈 부익부로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사회에서 물질적 가난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개인의 게으름과 타락으로 인한 가난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자들이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가난을 함께 아파하며, 하느님의 정의를 이루고 그분의 사랑을 증거할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가난에 대항해 사회혁명을 일으키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우선적으로 돌보고 병을 고쳐 주며 하느님께로 이끄셨습니다. 또한 그분의 제자들은 하느님과 복음 선포를 위하여 헌신하려는 영적 가난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우리도 가난하게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본받아 주변의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며, 손을 잡아 주고 품에 안아 주라는 불림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돈과 물질을 인생의 목표로 추구하는 욕망에서 벗어나 영적 가난을 살아가고,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며 또 다른 모습의 예수님을 만납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라고 인사하셨습니다. 또한 최후의 만찬이 있던 날에 제자들과 작별하시며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고 하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서에서는,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이 아름답다고 고백합니다(52,7 참조). 믿는 이들에게 평화는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하나로 잇는 영적인 신비입니다. 그래서 별 탈 없이 지내는 세상의 평화와는 차원이 다른, 고난 가운데에서 만날 수 있는 평화 곧, 십자가를 통한 평화가 그리스도인의 평화입니다.

지금 한반도에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으로 존재하는 남북의 정상이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세계에 천명했습니다. 이에 따른 약속들이 느리지만 차근차근 이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인내의 과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평화를 위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하시고, 기도로써 동행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초청장이 오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약속까지 해 주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낭만적으로 평화를 접근하거나 불신으로 가득 찬 극단적 태도를 넘어, 세상 안에서 이뤄야 하는 참 평화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도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요한 5,9)라고 격려해 주십니다. 부디 우리 민족이 미움과 갈등과 단절을 넘어, 하느님의 은총으로 평화를 이루는 행복한 사람들이 되길 간절히 함께 기도합시다. 다시 한 번 우리 안에 찾아오신 예수님 탄생의 기쁨이 우리 모두와 함께하길 빌며 축하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 뜻에 온전히 순종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이여,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8년 성탄절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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