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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1.2>를 읽고

작성자
junminsd
작성일
2017-10-24 06:09
조회
447

사투리도 한자어도 낯설어서 참 더디 읽히는 책이었다.

하지만 '만남' 이라는 책 제목이 나로 하여금 만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 하며

계속 인내심을 가지고 읽다보니 2권 후반에 가서야 드디어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감옥에서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 권진사와 그의 딸 마리아가 나누는 대화 부분이다.

아내를 잃고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서 이산 가족으로 살다 하필 만나는 곳이 순교를 기다리던 감옥이면서도

원망은 커녕 모든 것을 천주의 섭리 안에서 헤아리는 권진사의 신앙이 놀랍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그 감옥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수 낙종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낙종이 원수가 아니라 장님같은 상황에서도 짚신을 삼아 돌보는 이웃이다.

그를 대하는 권진사의 모습이야말로 원수 사랑의 진수이다.

또한 그의 표양은 다른 수인들에게 옥중을 복락소로 느끼게 한다.

신앙을 증거하며 선덕을 쌓고 있는 권진사의 모습이 성직자를 영입하여 교회를 재건하려는 하상의 열망에 더욱 불을 지른다.

천인 차림으로 다산을 찾았던 무식했던 조카 하상은 이 확고한 소명 안에서

신중해지고 심려가 깊고 과감한 행동력과 밝은 판단력을 지닌 지도자의 풍모를  갖추게 된다.

사제 영입을 위해 아홉 차례나 북경을 내왕한 그의 노력으로 조선 교구가 설정되고 탁덕(사제)이 영입된다.

다산은 믿음으로 온전히 투신하는 삶을 살아가는 어찌 보면 무식해서 용감해 보이는 하상이 내내 부러웠을 것이다.

다산의 작품들 속에 드러난 상제 사상(유일신 사상)도 그렇고,

시대를 아파하고 부조리를 분개하고 언제나 핍박받는 민중의 대변자로서

그 비참과 억울함,가난,고달픔,슬픔을 시로 노래했던 그는 목민자로서도 애민정신이 투철했다.

아는 게 병이라 했던가...

그런 그였기에 무참한 옥사를 거듭하게 하고 개인이 참혹하게 단죄되고 집안을 멸망하게 하는 천주교를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전능 지자하시다는 천주는 왜 당신을 위해 이처럼 고초를 받고 있는 가련한 교우들을 구해 주시지 않고 침묵만 지키시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순교한 셋째 형 약종의 시신이 묻혀있는 배알리에 눈길이 머물 때마다 하느님과 자신과 씨름했을 것이다.

여유당이라는 그의 당호처럼 조심조심 살아온 목숨이지만 배교자라는 죄의식으로부터 내내 자유롭지 못한 삶이었을 건데

다행히 생의 마지막 순간 하느님의 자비와 만나 구원을 체험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이다.

숱한 방황과 시행착오 속에서도 모든 것이 작용하여 이 '만남'에 이르기만 한다면 우리 삶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동안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이 위대한 '만남에 이르도록 조금이라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고 ,

나 역시 수시로 이 '만남'을 통하여 그분과 함께 걷다가 마침내 그분을 지복직관하며 그분과  하나되는 만남에 이를 수 있는 은총을 감히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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