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하느님의 섭리와 신앙고백

작성자
박진용
작성일
2020-03-11 16:07
조회
3210
이스라엘의 역사는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신앙고백이었습니다. 특별히 출애굽은 끊임없이 불평하는 이스라엘, 하느님께 도전하는 민족에 대한 하느님의 기다림과 섭리에 대한 고백이었습니다. 구약의 고백은 신약의 백성들에게 이어졌고, 초대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하여 세상 속에 역사하시는 하느님을 고백하고 하느님의 섭리를 재조명하였습니다.

우리 신앙의 역사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스라엘이 희망했던 메시아와 구원의 역사인 하느님 나라를 고백하였습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그 신앙의 역사는 “마싸(시험)”를 통하여 우리들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도전하고, 의심하는 이 시대는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가? 안 계신가?’에 대한 의심과 불평으로 하느님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시험에 들수록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의 섭리를 숙고해야할 신앙인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신앙의 정체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불신으로 만들었고, 이 사회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몰고 갔으며,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헤집고 있습니다. 동시에 신앙 공동체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예수님께서 주신 ‘평화’를 잃어버렸습니다.

‘신앙이 무엇인지?’ ‘하느님은 우리에게 누구신지?’, ‘우리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는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스스로 답해야 하는 신앙인들이건만 우리는 스스로 귀를 닫고, 눈을 감고, 마음을 닫고, 입을 닫음으로서 신앙의 정체성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 이 시대에 복음은 사마리아 여인을 통하여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신앙이 없던 사마리아 여인, 그 여인은 예수님과 대화가 이어지면서 예수님께 신앙을 청하고 있고, 여인에게서 물을 찾던 예수님은 오히려 여인에게 생명수를 약속합니다. 우연한 만남이 대화를 통하여 필연적 만남으로 고백되었고 사마리아 여인은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이 계신가 안계신가의 물음을 넘어 세상과 다른 해석을 주시는 예수님께 빠져들었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달려가 만나는 모든 이에게 그 예수님을 당당하게 선포하였습니다.

 

초대교회는 예수님께서 그랬던 것처럼 그 사마리아 여인을 받아들였고, 그 여인을 닮아가며 복음을 선포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마리아 여인의 신앙고백이 지금 우리들의 신앙고백이 되고, 교회가 보여준 유연성과 용기가 지금 우리 교회 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교회의 신앙은 ‘코로나’라는 ‘시험’으로 유혹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마리아 여인의 용기와 희망으로 ‘코로나’가 아니라 신앙에 집중하고, 두려움이 아니라 유혹을 이기고, 당당하게, 그래서 신앙인답게 이 시대의 신앙을 살아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섭리요,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신앙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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