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를 앞둔 예비 신자들과 새 신자들이 함께 정하상 교육회관으로 피정을 갔었는데 신학원 다닐 때 교부학을 가르쳐 주신 은사 신부님인 이상규 신부님께서 강의를 해주셨다. 다시 학교에 돌아온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았거니와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그분의 책이 몹시 반가워서 사왔는데 마침 본당  6월 신심서적이 되었다.


나는 그분의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 신앙을 떠받치고 있는 두 기둥인 성경과 성전, 그중에 교회의 거룩한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성전에 대해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고 우리가 미사 중에 드리는 기도가 2000년 넘게 함께 바치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고 소중하게만 여겨졌다.

시간 안에 주어진 여정을 마감하고 영원으로 이주했지만 우리에게 생생히 전해지고 있는 교부들의 사색을 엿볼 수 있음은 교회가 그 성전을 존중하고 귀중한 보물로 간직해온 덕분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니 교리 신학원에서 접한 교부학은 나에게 참된 삶을 향하여 영혼이 방향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준 '참된 교육'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고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인데 왜 하느님께서는 창세기에서 시간에 거룩함을 부여하셨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피고 지는 역동적 변화를 겪는 인생 안에서 거룩한 변모의 여정을 하느님과 함께 걷기 때문이 아닐까...

늙음이 슬픔이 아니라 내 인생의 꽃길이 지금부터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시간이 영원으로 나아가는 창이 되어 주고,  죽음 이후의 그림도 그릴 수 있는 것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리라!


책에서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수난 당하시는 하느님의 얼굴에 대한 믿음이라고 적고 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지어진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우리의 모습이란 바로 십자가에서 드러난 예수님의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모습인 거라고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참된 순례자라면 정확히 알아야 할 믿음의 내용이라 생각된다.


침묵 속에서 나 자신과 겸손하게 새롭게 만나고  시간 안에 머물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 안에 살 수 있음은 신앙인으로서 누리는 은총인데 이렇게 책을 통해 교부들과 만나 사색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그저 감지덕지일 뿐이다. 은사 신부님께서 잘 엮어 주신 '꽃다발' 선물임이 분명하다.